동운고 편지
안지웅
권늘찬에게.
안녕, 권늘찬. 네가 이 편지를 받을 즈음엔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수예부에 들어가기로 했어.
우리가 함께 시작한 검도도 재밌지만 손으로 세심하게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이 무척 재밌어 보여서 나도 직접 하고 싶어졌어.
왜인지 초등학생 때 검도 학원에 등록한 것도, 수예부에 들어간 것도 너에게 먼저 말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내 행동이나 말이 종종 너를 서운하게 만드는 데도 그다지 티 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우리 앞으로도 늘 함께하자.
-안지웅.
천이월
어떻게 적어야 하나. 난 글솜씨가 없어서 모르겠네.
단순한 내용을 솜씨 있게 장식하는 것도, 두서 없는 말을 생략하고 깔끔하게 적는 법도 몰라.
이 편지를 너희들이 언제 보게 될 지도, 그 '너희'라는 불특정 다수가 누가 될 지도 모르겠네. 아, 적어도 공개 낭독같은 건 나 없는 자리에서 해 줘. 눈앞에서 내가 엉망으로 갈겨 놓은 두서 없는 말들을 귀에 집어넣기는 싫으니까.
인생에 굴곡이 많았어. 지금은 내리막이지만, 언제 또 오르막에 올라갈 지 모를 일이지. 하지만 오르지 않은 오르막길에 이이젠 두렵지 않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끝나면 세계는 다시 겨울을 맞겠지.
다가오는 봄에 설렐 것도, 지나갈 봄에 슬퍼할 것도 없더라고. 무언가를 잃는 것에 이유가 없다면 얻는 것에도 이유가 없겠지. 우린 결국 다들 그렇게 사는 거잖아. 잃은 것에 눈물 흘리지 말자. 그것을 떠나보낼 때 슬펐다는 건 내가 그것을 사랑했음을, 마음을 줄 곳이 있었다는 것임을 반증하는 거니까 우린 그것만 안고 기뻐하도록 할까.
무슨 이별을 준비하는 것마냥 우중충하게 글쓰냐 물으면, 글쎄. 그러고 싶었다. 난 원래 이렇게 꼬여 있었으니까. 좋은 말 한 마디 하는 데는 낯이 불타는데, 못된 말 수천 마디는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하는 게 나야. 그래도 곱상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려니 해라.
나의 계절들에게.
이월은 모든 달 중에 가장 춥지만, 이월이 지나야 꽃피는 절정의 오월이 오고, 과실이 익어가는 시월이 온다. 그러니까 이월을 너무 차갑다고 생각치 말아주라. 사람이 워낙 간사해서, 더워지면 겨울을 그리워하고 추워지면 여름을 그리워하듯. 항상 지나고야 떠나지 말라 하니까. 이렇게 뒤틀리고 이상한 사람이지만 나 역시도 너희들의 계절이 되어 남고 싶어.
나도 너희의 계절이 되고 싶다.
그럼 이만 안녕.
천이월.
장마음
아이라
채수희
하견
진일원
연희준
나소류
미래의 나, 이 편지 안 읽을 거죠? 읽지 않을 것이라 믿고 전 조금 낮잠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피곤하거든요. 편지가 이따위여도 저를 원망하진 마십쇼. 이것도 전부 과거의 당신의 선택이었으니까요. 셀프 주먹 때리기라구요... 사유는 ㅈㅓㄴ부 말ㅎㅏㅣㅆ니 ㅇㅣ제 슬슬 진짜로 자야ㄱㅔㅆ습닏ㅏ... 미래의 내 아ㅍ에 꽃 길만 ㄱㅏ득하기ㄹ.....
이미로
성공했어?
다른 길에 빠지지 않고, 같잖은 것들에 한눈 팔지 않고, 실망끼치지 않고, 오롯하게 앞을 향했을 거라 믿어. 그렇다면 칭찬 정도는 해줄 수 있을 테니까…
수고했어 이미로. 좀 쉬어도 좋아.
고태원
도효성
반예랑
지은하
반인호
최하윤
강춘식
청예진
사랑하는 우리 언니에게.
이런말 만나서 하기엔 너무 부끄러워서... 그래서.. 편지로 써. 언니, 어렸을때부터 나 많이 챙겨줘서 고마워. 늘 나는 짜증만 냈던 것 같은데.. 언니는 늘 웃으면서 따뜻하게 나 달래줬잖아.
초등학교 4학년땐가? 물론 다 그럴 나이기도 하지만... 누가 나보고 막 뭐라고.. 놀리니까 언니가 대신 뭐라고 해줬잖아. 나 그때 내가 해결 할 수 있었다면서 별 말 안했지만 그때 정말 고마웠어.
중학교 다닐때쯤, 언제 한번은 정신 못차리고 계속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정신 차리라고 막 편지도 써주고 계속 도와줘서 나 지금 다 이겨낸거잖아. 그때부터 언니같은 멋진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어. (물론.. 어릴때부터 했던 모두를 지키기 위한 운동! 은 늘 하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언니 봤던 사람들이 막 언니 예쁘다고 다들 난리야, 언니 주변 사람들한테 인기 진짜 많지? 진짜 부러워~ 그렇다고 막 아무나 만나면 안되고 좋은 사람 만나야 하는 건 알지?ㅋㅋㅋ
언니, 늘 행복하고 건강해야해. 나도 이제부턴 언니가 도움이 필요할때마다 도와줄게. 나 나중에 커서 돈도 많이 벌어서 언니한테 제일 먼저 자랑하러 올게.
아, 언니는 이거 받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 흘리는건 아닌가 모르겠네... 오랜만에 우리 옛날에 먹었던 케이크도 먹자.
-언니바라기 예진이가.
안현도
진이원
온나율
To. My friend
잘 지내?
오랜만에 편지쓰는거 같다. 지금쯤 너는 잘 지내고 있을까....
있지. 그날은 미안했어. 아무리 네가 괜찮다고 했어도 힘들어하는 너를 버려둔거나 마찬가지잖아. 결국 너도 떠나버렸고.....너는 분명 영악한 애들 사이에 끼어있는데 지겹다고 하곤 해외로 나갔었지...네 이름을 쓰고 있는건 미안해. 그리고....
.
.
.
또 이런 말밖에 안써놨겠지. 언제쯤이면 나율이 한테 진심을 말할거야? 부탁이야. 나중에 조금 더 큰 너는....이것보단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길 바라. 용기를 낸다면 은령이가 보낸 편지에 답장 해주자. 나율이에게 사과도 하고 그러는거야. 나이가 좀 더 먹으면 마음도 자라겠지. 부탁할게.
To은령
From 온 나율
차선재
유채현
김채환
정태오
부모님께.
사랑하는 엄마아빠! 어쩌면 당분간은 엄마아빠가 알던 제가 아닐거에요. 그치만 나도 오빠도, 울 어무니 아부지 사랑하니까요... 너무 걱정하지는 맙시다! 그니까 앞으로 내가 속 썩여도 봐주기! 약속해줘요!!♡
유한빛
권현서
권현도
정다은
초여름
사실 이제 와서 이런 사과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죄송해요. 엄마, 아빠.
제가 아프지 않은 아이였다면 좋았을 텐데요.
전해드릴 생각 없는 편지이기에 조금 더 솔직해져보자면, 사실 저도 너무 지쳐요.
그냥 이 모든 것들이요.
지치고 지겨워서, 이기적이게도 누군가 나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도 들어요.
엄마, 아빠. 학교에서 잘 지낸다는 거 거짓말이에요.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요.
차라리 어렸을 때 병 옮는다며 놀리던 아이들이 더 좋을 만큼,
아파서 학교를 빠질 때면 걱정이나 안부 연락 한 번 울리지 않는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싶어요.
이 무관심이 너무 무섭고 외로워요.
언젠가 제가 죽게 될 때 슬퍼해줄 사람이 없을 것 같거든요.
네, 알아요. 사실 이 외로움은 제가 아파서가 아니라 못됐기 때문이라는 거요.
그런데 이상하죠. 아무리 다정한 말을 들어도 저는 그런 말이 나오지가 않아요.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베푸는 거라더니,
저는 받아놓고 저 혼자 품에 끌어안고 있는 바보네요.
그래도 최근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 더 친절해져보려고요.
친구들이랑 말도 몇 번 섞었어요. 좋은 애들 같아요.
…그동안 거짓말했던 거 죄송해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두 분 마음이 편하실 테니까,
앞으로도 거짓말할 거라고 미리 예고해둘게요.
아, 그 거짓말들만큼이나 잘 지내보려고 노력할 거예요!
그러니까 내일도 아프지 않아서 학교에 왔으면 좋겠어요.
이런 전해지지도 않을 편지를 쓰며 시간을 떼우더라도요.
앗, 슬슬 수업 시간이 끝나가네요. 이만 줄여야겠어요. 사랑해요.
초여름 올림.
하현
서예성
의유진
강서혁
동물의 왕, 레오에게!
안녕, 레오! 네가 우리 집에 온 지도 어언 1년째로군. 그간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었나? 얼마 전에도 내 손을 할퀴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부디 말해주길 바라! 내 몸에 상처를 내는 건 얼마든지 괜찮지만, 네가 불편한 건 해결해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나의 사랑이 너무 깊어 못 견디는 거라면 좀 줄이도록 노력해보마. 네가 동물의 왕, 맹수 중의 맹수답게 행동하는 건 굉장히 반갑지만 가족 중 나에게만 그러는 건 꽤나 슬프거든. 그렇다고 네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 부탁만 하도록 하지!
그러고 보니 나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어, 레오. 너를 만났을 때는 중학생이었는데 말이지. 그때의 난 고양이를 키우는 게 처음이라 많이 서툴었고... 넌 그런 나를 봐주지 않았지. 나는 내가 나름 친화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동물에게는 통하지 않나 보더군. 아니면 네가 특별한 건가? 어찌되었건 네 마음에 들기 위해 꽤 노력했는데, 너도 눈치챘겠지? 그러니까 너도 나에게 다가와 준 걸 거야. 네가 나에게 처음 다가온 날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상상도 못 할 테지. 알고 있었다면 내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자마자 내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몇 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기억에 남는 날이야. 내가 네 마음에 들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너는 내 마중도 꼬박꼬박 나와주고 내가 널 쓰다듬는 것도 허락해주고 있지. 난 너의 그 애정을 당연히 여기지 않으려 하고 있어. 길에서 힘들게 살던 너인 만큼, 경계하느라 우리 집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 그런 네가 그 경계를 넘어 나에게 쏟아주는 애정이니 나는 너에게 항상 감사하고, 너를 평생 사랑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되어 더 바빠진다 하더라도 내 마음은 변치 않을 거라 맹세할 수 있어! 부디 내 마음이 닿길 바라.
음, 역시 말이 너무 많은 것 같으니 이만 줄이도록 하지. 나는 앞으로 고등학교 생활에 성실히 임할 테니 레오, 너도 성실히 먹고 놀고 자도록 해. 약속이다! 누나가 언제나 널 살펴주고는 있지만 아프면 꼭 티 내고. 다시는 네가 홀로 아프게 두지 않을 테니까. 항상 건강하도록 해. 옆에서 열심히 도우마. 사랑해.
너의 친구, 강서혁!
주별하
서한율
도시율
유성은
다들 별 탈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졸업해서 또 보자! 혹시라도 이거 보고 찾아오면 밥 사줌ㅋㅋ
홍봉우
미래의 나에게
졸업하고도 잘 살아 있냐 임마? 나는 이제 학교 제대로 다니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정말 설레거든… 부럽지? 모쪼록 주변인들한테 잘 해주고…사실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르겠다. 주어진 운명으로부터 잘 도망다녀 보자고. 그러니까…아버지 일 말이야.
연희찬
장두혁
존경하는 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장두혁입니다.
어쩌다 보니 편지 쓸 기회가 생겨 부족한 솜씨로 글 써봅니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전 덕분에 믿음직한 학우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서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로서 힘이 되고 싶네요. 언제나 감사하고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장두혁올림
박한울
송앰버
엄마에게
안녕 엄마!! 이제서야 편지 한 장 써보네.
너무너무 보고싶어.
엄마가 내 옆에서 없어진 이후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그래도 삼촌이 잘 챙겨주셔서 다행이었지.
덕분에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진학을 하게 됐네~ 엄마 딸 장하지??
나도 엄마 따라 가고싶었는데, 그럼 엄마가 슬퍼할 거 같아서 안그랬어. 칭찬해줘!
그리고 난 요즘 음악을 해. 피아노! 멋있지? 나 베토벤 교향곡도 칠 수 있어.
조금 더 연습하면 맨날 같이 들었던 그 노래도 연주할 수 있을거같아.
완벽하게 연습해서 들려줄게, 기다려!!
사랑해!!!
나유난
Dear. 내 동생.
편지를 쓰는 취미는 없어서 뭐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네… 아마 별이 너도 편지를 썼겠지? 네 성격상 누구한테 편지를 쓸지 감도 안 잡혀. 내가 아직 널 잘 모른다는 뜻이려나? 함께 한 세월이 그렇게 긴데 난 아직까지도 널 잘 모르나 봐. 이제 몸은 좀 괜찮아? 난 이왕 동운고로 온 거 태권도부로 들어갈까 하고 있어. 같이 가자고는 말 못 하겠지만. 넌 어디 들어갈 거야? 아예 안 들어가고 기숙사 친구들이랑 놀려나? 아니면- 피아노 쪽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넌 뭐든 잘 하니까 어디로 들어가든 잘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네가 새로운 걸 시작하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은 거절도 못 할걸? 내 부탁도 아니고, 별이 네 부탁이니까. 그래도… 다음부터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마. 나한테 미리 언질은 준다고 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니까. 내가 언니니까… 부모님을 설득할 일이 있으면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네가 굳이 다쳐가면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는 거 알지?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넌 실행력이 너무 좋으니까 가끔 정말 큰일 날 까봐 무섭거든. 이미 일어났기도 하고… 아무튼, 걱정되니까. 뭔가 쓰다 보니 말이 점점 길어지네. … 좋은 언니가 아니라 미안한 마음뿐이네.
Dear. 찬이.
그러고 보니 찬이 너한테는 처음 쓰는 편지 같네. 내가 편지 쓰는 것도 본 적 없으려나? 뭐… 난 부모님 생신 때 말고는 편지 잘 쓰지도 않고 말이지. 친구들한테 쓰는 편지는 쑥스러워서 잘 못 쓰거든. 일단… 한 마디 하자면 걱정할 필요 없어. 신경 써줄 필요도 없고. 네가 날 신경 쓰는 건 알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챙겨주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싫다는 건 아니야. 그냥… 나 말고 준이나 더 챙겨줘. 가능하면 우리 별이도. 나보다 네가 더 잘 챙긴다는 걸 아니까 할 수 있는 부탁이야. 조금 무책임할지도 모르겠지만…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서. 난 이미 한 번 신뢰를 저버렸다고 생각하거든. 그런 나보다는 찬이 너를 더 믿고 의지하지 않을까 싶어. 별이랑 준이 모두 말이야. 물론 나도 널 항상 믿고 의지하고 있어. 어쩌면 동경일지도 모르겠네. 내가 이뤄내지 못한 걸 이룬 사람이나 마찬가지니까. 아, 그러고 보니 너는 동아리 어디로 갈지 정했어? 미술… 하기 힘든 걸로 알고 있어서. 나랑 같이 태권도로 가자고 하기에 찬이 넌 힘도 체력도 없어서 말이지. 놀리는 거야(*^^*). 내가 걱정하는 것도 무색하게 잘 해낼 너니까. …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본인부터 챙겨.
Dear. 막내 동생.
준이한테도 꼭 쓰고 싶었어. 물론… 네가 우리 학교에 들어오려면 아직 2년은 남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찬이도 여기 있고, 초등학교랑 중학교를 우리가 있던 학교로 온 준이라면 분명 동운고로 오겠지? 사실… 그게 항상 신경 쓰였어. 너는 우리 따라서 같은 학교로 오는데 1년만 있으면 누나들이랑 형이 훌쩍 졸업해버리고, 남은 2년을 혼자 지내야 한다는 게 말이야. 뭐, 준이는 성격이 좋아서 누구든 잘 어울리면서 지내겠지? 그래도… 신경 쓰였던 건 어쩔 수 없네. 사실 고등학교만큼은 준이 네가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지만 준이는 찬이 껌딱지니까 분명 동운고로 오겠지? 말릴 생각은 없어. 내가 별이한테서 떨어지는 걸 싫어하는 것처럼… 준이도 같은 이유일 테니까. 준이가 고생이 많네~ 그러고 보니까 준이가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미술도 찬이가 해서 했던 것 같고… 이렇게 된 거 준이가 동운고로 오면 준이가 뭘 하고 싶은지 같이 찾아볼까? 내 예상이 맞다면 별이가 분명 상상도 못 한 짓을 할 것 같거든. 별이는 실행력이 좋으니까 말이야. 고등학교에 오기 전까지 준이가 하고 싶은 걸 못 찾았으면 같이 찾아보자. 도와줄게. 꿈을 좇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
서지혁
존경하는 부모님에게.
이 편지를 미래의 제가 다시 받았을때 부모님에게 건네 줄 지, 아니면 제 스스로 없앨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적어요. 이렇게 편지를 쓰는것도 어색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있던지, 두 분의 앞 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두분에게 사랑받는, 지혁이가.
권늘찬
고산
안단테
강수아
여재양
나유별
하윤
어머니께
날이 좋아요, 어머니.
제가 고등학생이 되었어요.우리 많은 일이 있었죠? 많이 힘들었잖아요. 그만큼 어머니께서도 바빠지셨고….저도 저 나름대로 바빠졌죠.
그냥 둘 다 많이 힘내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 사실 어머니가 늦게 회식하고 오는 날에는 안방에서 우시는 것을 알아요. 어머니께서 아주 힘드시다는 뜻이겠죠.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어머니께서 신경 쓰시지 못하실을 정도로 제가 노력해볼게요. 집안일도 공부도 힘낼게요. 그러니 어머니께서 조금이라도 안심하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남은 3년 동안 공부도 둘 다 해볼 거에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두 제 책임이니까요. 제가 조금이라도 책임이 들어간 일이라면 저는 책임을 져야 해요. 그게 옳은 거예요. 알고 있어요.
그럼 고등학생도 되었으니 행복해져요, 어머니.
이만 말 줄일게요.
집안의 장녀 하 윤 올림
사랑스런 두 동생에게
이건 편지라곤 못하지만 말이야. 편지가 맞아 동생들아.
언니가 말이지 고등학생이 되어서 시간이 조금 없어져서 오래 집을 비울 때가 있을 거야. 그래서 뒤에는 불 없이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법 들을 동봉해뒀어. 언니가 만약에 늦게 들어오면 해서 먹어 알았지?
그리고 말이야,어머니의 앞에서 아버지의 얘기는 하지 마라. 어머니께서 꽤 힘들어하실 테니까. 알았지? 난 두 동생이 잘 해줄 거라고 믿어. 언니가 너희는 끝까지 사이 좋고 꿈꾸는 대로 자라나도록 도와줄게. 한치의 어둠도 없도록, 너희는 정말 착하고 언니랑은 다르니까. 그러니까 잔뜩 웃을 수 있어야 해. 알았지?
갑자기 하는 말은 아냐. 언니는 너희가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너희가 내 동생이라는 것이 아주 기뻤으니까. 그래서 꼭 지켜주고 싶어.
우리 끝까지 웃으며 살자.
너희 아끼는 언니가
정현아
엄마에게
학교에서 편지 쓰래. 왜 쓰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차피 전해줄 것도 아니니까 그냥 엄마한테 쓸게.
엄마, 엄마 딸 진짜 착하다 그치? 동생도 잘 돌봐주고 시키지도 않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난 항상 엄마가 나에 대한 부담은 안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게 제대로 됐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엄마는 항상 나한테 웃는 얼굴을 보여주니까 적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지는 않다는 걸로 만족할게.
난 항상 우리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무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고 항상 서로밖에 없는 것처럼 아껴주면서 지냈으면 좋겠어. 난 그걸 언제고 원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가 노력해야만 하더라.
현재는 아프고 엄마 아빠는 돈 버느라 바쁜데 나는 아무것도 안 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아서. 사실 이러면 안 되는 거지만, 그러면 정말 나쁜 누나인 거겠지만... 엄마 아빠가 나한테 주는 사랑이 현재보다 적은 것 같아서, 항상 나보다 현재를 먼저 챙기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공부했는지도 몰라. 더 착한 딸이 되고 싶었나 봐. 나도 그냥 조금이라도 더 어리광 피우고 싶었어. 나도 울면 엄마랑 아빠가 날 안아주면서 달래줬으면 했어. 그렇지만 그건 이기적인 거잖아. 동생이 아픈데 어떻게 내가 그런 사랑을 바랄 수 있었겠어. 나도 항상 현재 생각만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하다, 그치. 해달라면 해줬을 텐데, 그깟 오기가 뭐라고. 지금 와서 말해 봤자 내가 너무 커서 해줄 수도 없는데.
얘기가 왜 이렇게 길어졌지? 그냥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나 봐. 이렇게 쓰니까 좀 후련해지는 것도 같다. 절대 아무한테도 안 보여줄 거지만... 그래도 좀 나아졌어.
난 우리 가족을 사랑해. 엄마도 아빠도 현재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 집에서 봐요.
양지언
[ 우리 가족들. 전부 잘 지내나 모르겠는데…. 사실 이런 건 나랑 안 어울리지? 짧게 적을게. 앞으로 함께할 모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예현이랑, 선재. 우리 모두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 우리끼리만 통하는 그런 게 있잖아. 아~ 이런 건 역시 나랑 안 맞아. 이만 말 줄여도 괜찮지? 조오금 쑥스럽긴 하지만…… 다들 고맙고 사랑한다. ]
음예현
고하리
하이하이~~ 편지 같은 건 많이 안 써봐서 좀 어색하네? 펜 잘 나오나 테스트 테스트
검은색만 안 나옴... 파란색으로 써야겠다...
미래의 나한테 보내는 편지입니당~~
좀 일찍 받게 되더라도 3년 후인 20YY년에 읽어야함 꼭! ☆☆
20XX.XX.XX 보냄
- - - - - - - - - - -
사실
위에까지의 거창하고
뭔가 있을법한 형식은
다 이걸 위한 거짓말이었어~
여기서부터 중요한 본론
20YY년에 발매하는 그 게임 후속작 꼭 알바해서라도 사둬!
나 그 겜 광팬이었잖아 후속작이 나온다길래 엄청 기대중이야
아직 본작 DLC도 다 못샀지만 ㅋㅋㅋ 으아아
어른이 된 나라면 분명 죄다 사놨을 거다. 장담 장담
아 그리고 오빠방 장롱 안쪽에 종이 들추면 봉투안에 15만원 있음.
그거 오빠 비상금인거같던데? 원할때 쓰던가 ㅋㅋㅋ
이한
나의 소중한 가족들에게
고등학교에 입학했어. 너희들도 크면 나처럼 학교에 다니겠지?
이제는 좀 바빠져서 많이는 못 놀아주는데… 삐지지는 말고
내가 최대한 많이 시간을 내볼게! 그러니까 내가 학교에서 돌아올때까지
얌전히 선생님들 말 잘 듣고있어야해여~
추신. 여기 운동장 짱 넓다? 야구하기 딱 좋아~
////
형에게
나 이제 고등학생이야. 멋지지? 형이 옆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형 덕분에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어. 날 그곳에서 벗어나게 해줘서 고마워.
…편하게 잘 쉬어. 고마워 정말